“인간 중심의 의료를 통해 지역에서 신뢰의 공동체로 뿌리내린 점이 뿌듯해요.”
창립 10주년을 맞은 민들레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세종(47·사진) 이사장의 목소리는 활기에 넘쳤다. 발기인 50인 중 한 명으로 의료생협 초기 기틀을 다지느라 애썼던 그로선 10년 만에 조합원이 2800가구로 늘었으니 감회가 남다를 법하다. 조 이사장은 “4인 가족으로 따지면 1만여 명이 조합원 가족인 셈”이라며 “의사가 이윤을 추구할 필요가 없으니 ‘3분 진료’라는 것이 없다. 항생제와 주사제를 잘 쓰지 않으니 젊은 엄마들이 많이 온다”고 자랑했다. 민들레 의료생협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지난해 하반기 약제평가에서 항생제 사용 비율이 전국(45.35%)을 크게 밑도는 8%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생협은 조합원인 주민이 출자해 운영하는 병원이다. 2002년 대전 대덕구 법동에 문을 열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녹색연합 등 대전지역 시민단체와 지역통화 운동을 하던 한밭네츠 등이 뜻을 모았고 이후 지역 주민들이 운영 주체가 됐다. ‘법동민들레’에 이어 지난 4월 서구 탄방동에 ‘둔산민들레’가 개원했다. 의사 8명, 직원 40명으로 의료생협 중 비교적 규모가 크다. 법동민들레에는 의원과 한의원, 치과, 건강검진센터가 있고 둔산민들레도 의원, 한의원, 치과를 운영한다. 지난 7월에는 ‘올해의 우수 사회적기업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대통령표창을 받아 겹경사를 맞았다.
환자권리장전을 실천하는 ‘인간의 얼굴을 가진’ 병원이란 점 말고도 의료생협의 장점은 많다. 민들레 의료생협만 해도 임플란트, 스케일링 등 비보험 항목 비용을 할인해준다. 조 이사장은 “조합원만 이용 가능하다는 오해가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무엇보다 의료 소외계층에 대한 지원이 눈에 띈다. 생명을 아끼고 보살피는 의료생협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다. 조 이사장은 “아이쿱 씨앗재단에서 1억원을 지원 받아 주민등록이 안 된 취약계층 의료봉사에 힘쓰고 있다. 노숙자와 탈성매매 여성, 외국인 노동자들을 무료 치료해준다”고 전했다. 민주노총, 한살림과 연대해 지난 4일 대전·충남지역 해고 노동자 50명을 대상으로 건강검진도 해줬다.
“12월 협동조합법이 개정되면 큰 변화가 뒤따를 겁니다. 지금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은 전국에 16곳뿐인데 유사 의료생협이 300곳이나 돼요. 정부가 창립 조합원을 1000명, 조합 출자금을 1억원으로 올리면 진입 장벽이 높아져 유사 생협을 걸러내는 효과가 나겠죠. 문제는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배려와 인식이 형편없다는 겁니다.” 조 이사장은 “의료생협은 지금 걸음마 단계”라며 “의료생협의 장점이 부각되면 1차 의료기관들은 주민참여형 의료생협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변화를 주문했다.
조 이사장은 대전에서 소공동체 ‘둘이나셋’을 10년간 운영했고 월평공원갑천생태계지키기 주민대책위원장, 천주교 대전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초대 사무국장 등을 지냈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