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 일지를 쓰려고 했는데 일이 많이 겹쳐서 일주일이 후다닥 지나 버렸습니다. ㅠㅡㅠ.
지난 목요일에는 임시 대의원총회가 있어서 밤 11시까지 일하고, 친한 후배 어머니가 돌아 가셔서 천안으로 문상을 다녀 오느라
금요일 새벽까지 상가에 있다가 돌아와서 출근도 못하고 잠시 눈 붙인다는 게 그만 하루 종일 집에서 쉬었지요. ㅠㅡㅠ
그 다음 날, 주말에는 경기도 양평에 계신 김성동 선생님 댁에 다녀 왔는데, 60대 중반에도 불구하고 젊은이 못지 않은 체력으로 1박 2일을 계속 말씀으로 이어가셨습니다. 만다라를 쓰신 소설가로 유명한 분인데 그 열정과 끈기, 무거움과 풍자, 여유와 웃음, 깊은 사랑과 가슴 깊은 울분이 함께 하는 그런 분이더군요.
궁금하신 분들은 다음 주 저자와의 대화 시간에 오세요.. ㅎㅎ
말이 길어졌습니다. 기억이 날라가지 전에 더듬어서 일지를 써 볼께요..
10. 13일 목요일..
실습 3일째.
제2진료소 개원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대의원 총회가 있는 중요한 날이었습니다.
아침부터 마음 바쁘게 출발해서 민들레에 도착했습니다.
전날 미리 볶아 둔 김치와 저녁 반찬으로 먹을 김장 김치를 챙겨서 차에 싣고 민들레로 향했지요.
아침 8시 10분에 출발하면 차가 밀리면서 아슬아슬하게 9시 전후로 도착합니다.
김치들을 냉장고에 넣고, 이사장실??로 갑니다.
바나나의 지휘로 짧은 아침 조회를 해서 점검을 하고 역할을 나누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자료 준비와 물품 확인을 하고, 저는 먹을거리를 챙기고, 점심을 먹고, 지족동 사무실로 가서 사무실용 청소기를 가지고 행사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렛츠로 가서 새벽별 두부 10모와 , 계란 4판(고맙게도 렛츠의 티파니가 삶아 주었습니다.), 그릇들을 챙겼습니다.
역시 맛있는 점심을 두 번 먹고, ㅎㅎㅎ
한가람 아파트 정문을 몰라서 후문에서 헤매다 공사 중인 장소를 찾아서 건물 뒤편에 주차를 했습니다. 행사장에 올라가 보니 엄청나게 넓은 공간에 이것 저것 못들과 늘어진 전선줄, 먼지들, 어수선한 가운데 먼저 도착한 직원들이 청년 자원활동가들과 함께 열심히 청소하고 있었습니다.
물청소를 하고, 걸레로 쓸어 내고 다시 청소기를 돌리고 잠시 숨을 돌려 간식으로 삶은 계란을 먹고, 들여 오는 책상과 의자들을 배치하고, 노석의 작품들을 정리하고, 도착한 물품들을 늘어 놓고 벽에 부치고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5시 넘어서야 물품들이 도착하고, 청년들과 지원부 직원들을 제외하고는 두어 분의 대의원이 오셔서 일을 도와 주고 계셨습니다.
의외로 함께 일손을 보태는 조합원이나 대의원, 이사 분들이 없어서 좀 의외이긴 했습니다.
6시가 넘자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연잎밥과 김, 김치를 나눠 주고, 살짝 헹궈서 갖다 달라는 말과 분리수거를 당부하지 않으면 그대로 쓰레기가 쌓이더군요.
일찍 오신 대의원이 밥 나눔을 함께 해 주셨습니다.
놀이방을 미리 부탁했었는데 생각보다 위험한 장소여서 살짝 걱정이 되긴 했습니다.
바닥에 못도 많이 튀어 나와 있고, 전기가 들어 오진 않지만 전선줄이 매달려 있고, 공사장을 방불케 하는 눈에 안 보이는 먼지들 속에서 아이들이 괜찮을 지 걱정스러웠지만 그런대로 큰 사고 없이 아이들은 영화를 보고 즐겁게 놀았습니다. 아이들 돌보는 자원활동가들도 여러 분 계셨고..
회의 장소로서 적절했는 지에 대해서는 좀 고민이 들었습니다.
여러 가지 불편함도 있었지만 제2진료소를 열 것인지 여부를 토론하고 결정하는 총회를 개원 예정지에서 연다는 것이 자유로운 토론과 거침없는 주장을 사실상 가로막는 것은 아닌 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1부 기념식과 이어진 정기 총회.
대의원 정원 112명 중 59명의 찬성으로 총회는 성사되었지만 생각보다 적은 참석율이었습니다.
전화통화로 대의원 총회를 알리고, 참석을 권할 때도 느꼈지만 대의원의 역할이나 활동이 그렇게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예상한 것이긴 했지만 민들레로서는 중요한 도약의 시기인데 아쉽긴 했습니다.
전무이사의 경과와 함께 제2진료소에 대한 설명이 있었고,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근본적인 문제제기도 많이 나왔지요.
민들레가 둔산에서 펼치려고 하는 가치와 지향은 무엇인지, 왜 지금 바로 둔산이어야 하는 지, 경영전략이나 사업 방향에 대한 전문적인 진단과 깊이 있는 고민은 있었는지, 조합원들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감했는지, 조합활동에 대한 방향이나 방책은 있는 지 등등..
다소 때늦은 주장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역으로 그런 고민과 이야기들이 오고 가는 자리가 많이 부족했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사회에서 충분히 혹은 성심성의껏 고민해 오고 있거나 조합원들의 다양한 문제의식들을 공감한다는 느낌은 좀 적지 않았나 싶었습니다. 또 저 스스로는 대의원으로서 이사회와 조합원들을 연결하면서 의견들을 모으고, 전달하고 좋은 생각들을 더 넓히려는 노력이 정말 없었구나 하는 반성도 하게 되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33표의 찬성과 8표의 반대로 제2진료소 개원이 결정되었습니다.
분위기가 무겁지만 그런대로 진지하고 큰 무리없이 마무리된 것이지요.
또 하나의 출발선에 서게 된 민들레.
2천여 조합원 세대로 많은 성장을 해 오고 있는 민들레지만 이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서 민들레 홀씨가 되어 퍼뜨릴 아름다운 조각보 같은 세상에 대해 꿈꿔야 할 때입니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갖는 한계와 어려움도 이제 부딪혀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2천여 조합원을 30여명의 대의원들이 어떻게 끌어 내고 제2진료소 개원이라는 중차대한 과제를 함께 풀어갈 것인지, 총회의 결과를 다시 조직하고 마음과 관심을 모아 가는 활동을 어떻게 펼칠 지 고민해야 하겠네요.
총회는 끝났지만 이제부터가 정말 시작입니다.
다들 애 쓰셨고, 부족하고 막힌 문제들은 지혜를 모아서 풀어가야겠습니다.
제가 일하는 이사장실과 열심히 일하는 지원부 젊은이들입니다.ㅎㅎ
실습 인증샷이죠..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