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새 3배 증가’ 실태는
비의료인 병원 설립 악용
‘주민참여형’ 운영 피하려
조합원 추가 가입도 꺼려
“진짜 생협은 10%도 안돼”
항생·주사제 과잉 처방도
영리를 추구하는 ‘가짜’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 병원(이하 생협 병원)들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10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2006년 70곳이던 생협 병원이 올 7월 현재 198곳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만 경기에 20곳, 서울과 충북에 10곳, 전남·북에 7곳이 새로 들어섰다.
생협 병원은 소비자생활협동조합법에 따라 조합원 300명, 출자금 3000만원 등 생협 설립 요건을 갖춘 생협 법인이 지자체의 승인을 얻어 세우는 병원이다. 지역 주민들의 출자로 설립되는 ‘주민참여형 의료기관’인 만큼, 질병 예방과 보건 활동과 같은 ‘주치의 서비스’ 제공을 주요 목표로 한다. 그런데 요즘 늘어나는 유사 생협 병원은 이런 취지와 상관 없이 영리 목적의 진료에 치중하고 있다.
이들 유사 생협 병원은 생협 운영 방식에 따른 번거로움을 피하려고 주민들의 조합원 추가 가입을 꺼리기도 한다. 대구의 한 생협 병원에서 조합원 가입 절차를 묻자, 간호사가 “여기가 생협 병원인 줄 어떻게 알았냐”고 되묻더니 “조합원에 가입해도 별 혜택이 없다”며 가입을 말렸다. 일부 생협 병원들은 할인 혜택을 내세워 조합원 수를 늘리려 회원제 운영을 지향하기도 한다. 충북 청주의 생협 병원들은 ‘진료비 가운데 보험 비급여 부분에서 40~50%를 깎아준다’거나 ‘6차례 이상 이용하면 할인 혜택을 주는데, 자주 이용할수록 할인율이 커진다’며 환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주민 자치로 운영되는 생협 병원의 취지와 달리 “운영은 원장님이 알아서 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곳도 있다. 주민 참여형 의료생협
단체인 한국의료생활협동조합연대 쪽은 ‘진짜’ 생협 병원은 전체의 1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한다.
유사 생협 병원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은 이른바 ‘사무장 병원’에 견줘 운영이 손쉽기 때문이다. 사무장이 의료인을 사실상
고용한 사무장 병원은 의료인과 갈라서면 병원을 계속하기 어렵지만, 생협 병원은 또다른 의료인을 고용하기만 하면 병원 운영에 문제가 없다. 여기에 지난해 3월 비조합원도 50%까지는 진료할 수 있게 법이 개정된 것도 생협 병원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생협 병원 설립을 알아서 처리해주는 대행업체까지 성업중이다. ㅁ대행업체 직원은 “조합원과 출자금만 모아오면, 조합원 총회 등 설립 절차를 대행해주고 수수료 120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유사 생협 병원은 주로 영리를 추구하는 탓에 기존 사무장 병원과 비슷하게 항생제 과다 처방 같은 부작용을 내보인다. 추혜인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전공의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감기 증상의 하나인 급성 상기도(기도 윗 부분) 감염에 대한 지난해 상반기 항생제 처방률은 전국 의원급 평균이 53.2%였고 주민 참여형 생협 병원은 5.9~20.5%였다. 하지만 ㅂ의료생협 ㅈ의원은 97.2%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는 등 일부 유사 생협 병원들의 항생제 처방률은 70~80%선에 이르렀다.
조병민 대전민들레의료생협 전무는 “변형된 영리 의료기관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가짜 생협 병원을
감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의료기관정책과 담당은 “생협법 개정 뒤 전체 생협 병원의 진료 실적과 항생제 처방률 등을 분석해
관리·감독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박주희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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