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충남 대의원 이경자(도깨비)입니다.
명색이 대의원 2년차인데 대의원 총회와 서너 번의 마을 모임, 마무리 안된 조합원 활동가 양성 과정, 몇명의 신규 조합원 가입, 쥐꼬리만한 증자 등 부끄러운 이력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민들레의 혜택을 받았지요. 수개월에 걸친 치과 이용, 몇 번의 딸 아이 의원 진료, 주치의 같은 나원장 님 덕에 언제나 든든한 마음 등 여러 혜택은 누리고 살았네요.
충남 대의원이면서 충남 조합원은 한번도 만나거나 연락하거나 모임을 주선할 생각을 하지 못한 게으른 대의원입니다.
제2 진료소 만들기를 앞두고 이런 저런 말들과 의견과 생각들이 오고 가고 있습니다.
저도 평소에는 어설픈 농부로, 사람연대 활동으로, 아이 엄마로 살림하면서 시간을 꽉 차게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민들레 소식을 들으니 이제 힘을 보태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제나 민들레 증자와 마을 모임과 조합원 가입을, 다양한 의견 전달과 수렴을 입에 달고 다니는 고연 이사 덕에 어깨 너머로 민들레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좀 더 한 발짝 나갈 때가 된 것 같았습니다.
마침 그렇게 마음 먹고 있는 와중에 사이버 강의를 듣고 있는 사회복지 실습을 민들레에서 15번, 120시간 하게 되었습니다.
별 생각없이 무료로 수강할 수 있게 되어 신청한 강의였는데 민들레와 맺어지다니 이것도 깊은 인연이라 생각합니다.
책이나 들은 것으로만, 혹은 가끔 진료 와서 접한 민들레를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는 시간들이어서 기대됩니다.
무엇보다 생생하게 같이 느끼고 시간을 나누면서 민들레를 움직이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는 귀한 시간들이어서 더 좋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면서 문득 제가 보고 느끼는 민들레를 다른 조합원들과 나누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홈페이지가 접근이 어렵다는 제안도 해 놓았지만 저 스스로 글을 써서 조합원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머리 속에서는 이야기들이 술술 풀어지고 있는데 글은 제대로 쓰여질 지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15번 출근하면서 만나는 민들레 이야기를 잊지 않게, 또 재미나게 그려볼까 합니다.
누가 렛츠 회원이라면 읽고 재미있거나 유익하거나 혹은 비밀스런 민들레의 이야기를 엿보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면 두루 주셔도 넙죽 받을께요...ㅎㅎ .. 마이너스 두루에 늘 시달리는 불쌍한 도깨비...
- 출근 첫 날.. 10월 7일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지난 주 금요일, 이런 저런 공문 절차 끝에 출근하라는 민혜란 쌤의 연락을 받고 출근했습니다.
민 쌤은 저의 수퍼바이저로 막강 권력자입니다. ㅎㅎ 잘 보여야 하는데...
아이 아침을 재촉해서 챙겨 보내니 7시 40분, 부랴부랴 준비해서 집에서 8시 출발, 주공 3단지 도착 8시 45분.
후배랑 상담 관련 통화를 하다가 7분 늦었습니다.
첫 날부터 지각이라니...ㅠㅡㅠ
안으로 들어가 보기는 처음인 민들레 조합 사무실..
문을 여니 바로 응접실 분위기, 그 안 쪽에 사무공간이 있고, 더 안쪽에 <이사장실>이라고 쓰인 곳에서 회의를 하고 있더군요.
조병민, 송직근, 이정은, 민혜란 이렇게 4분이 뭔가 얘기를 나누다가 제가 들어가니 앉으라고 하면서 바로 안건지를 줍니다.
그리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회의를 이어가더군요.
이런, 아무리 그래도 첫 출근인데 인사도 정식으로 안 시키고 안내도 안 해 주고, 마치 어제 보고 다시 만난 것처럼 익숙하게 대하다니...
좋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하고,,, 여튼 저도 익숙하게 앉아서 노트북을 꺼내고 안건지를 훑어 보았습니다.
조금 지나니 이종현 상무이사가 오시네요.. 저런 고위층이 오시다니... 급 긴장하면서 열심히 회의에 참여했습니다. ㅎㅎ
임시대의원 총회 관련 회의였습니다.
실무 준비와 자료집, 대의원 참여 독려 등이 주요 내용이었구요, 그 날 저의 역할은 대의원 명부를 놓고 전화 연락하고 참석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70여분 이상이 참여하셔야 한다는 엄명을 받았지요..
커피도 안 타줘서 제가 타다 마셨습니다. 습관이 되어 저 혼자만 타서 먹었네요.. ㅠㅡㅠ
2시와 5시에도 점검회의를 한다는 조병민 전무이사의 엄명에 잠시 놀랐습니다. 헉... 하루에 세번 회의를 하다니 쎄다....
노인복지센터 쌤도 오시고, 무슨 촬영을 하는 지 카메라가 마구 다니고 있었습니다.
바로 대의원 전화 연락을 시작했습니다. 이사장실에서..ㅎ
낯익은 이름도 있고, 처음 마주하는 분들도 있고, 일단 전화를 들고 번호를 누릅니다.
명부만으로는 직장인인지, 주부인지, 남성인지, 여성인지 구분이 안됩니다. 기냥 누릅니다.
대부분 핸드폰이어서 "전화 요금이 엄청 나오겠군" 혼자 중얼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고,
"안녕하세요? 민들레 의료생협입니다. 혹시 통화 가능하신가요?" (대부분 반갑게 응해 주십니다.)
"네, 다음 주에 있는 임시대의원총회 연락 받으셨지요?" (문자를 못 받았다는 분들도 몇 분 있어서 연락처를 수정합니다.)
"참석 가능하신가요? 아, 바쁘시군요. 그럼 혹시 제2진료소에 대한 의견이나 다른 제안은 없으신가요?" 등등
그렇게 점심 전까지 전화를 돌렸습니다.
간혹 억지로 대의원 하게 되어서 사실 활동이 어렵다는 분이 계시긴 했습니다만, 대개는 전화번호 보고 먼저 알은 체를 하십니다.
일 때문에 총회 참석이 어려운 분들은 굉장히 미안해 하시면서 당부의 말씀을 해 달라는 저의 말에 '없으니 수고하시라'고 하시네요..
민들레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12시 30분... 점심시간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간....직근, 정은 쌤과 같이 밥 먹으러 갔습니다. 다른 분들은 바쁜 지 자리에 안 계시네요.
친절한 정은 쌤은 먼저 밥을 먹고 나서도 두 그릇씩 먹는 저를 기다려 주더군요.
"괜찮으니 일 보세요"라고 했더니 그제야 일어나서 노래방 설치를 위한 작업을 하더군요..ㅎㅎ
반찬은 맛있었고, 식사하는 분들도 그런 표정이었습니다.
다만 얼굴을 모르는 분들이 많은데 인사하기도 그래서 약간 어색하기는 했지요.
인사하는 자리가 있으면 좋으련만...
잠시 렛츠 들러서 인사하고 밥먹는 조합원들과 수다 떨다가 모래무지 꼬셔서 옥상텃밭을 가 봤습니다.
직근 쌤이 배추 묶는 것을 묻길래, 상품성 좋은 배추를 원하시면 묶어 주고, 영양 만점 배추를 원하시면 그냥 두라고 했는데
궁금해졌지요..
다들 방치농법에 걱정이 많았지만 옥상배추들은 너무 예쁘게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혹시 누가 살짝 뭔가 준 것은 아니겠지요??
가지와 고추와 호박을 수확해서 모래무지는 렛츠로 돌아가고 저는 다시 민들레로..
강주성, 이규영 조합원이 오셨다가 가시고 몇 분이 다녀가셨습니다.
불쑥 찾아 오는 조합원들을 응대하고 함께 좋은 이야기들을 나누고 궁금한 점들을 설명하고 하는 등의 일은 협동조합에서 꼭 필요하고 중요한 일인데 혜란 쌤이 넉살 좋게 ㅎㅎ 잘 하시더군요..(아부)
역시 저는 전화 작업 하다가 총회 자료집 보다가 연락처 수정하다가 실습 일지 쓰다가 커피 마시다가 일지에 첨부할 사진 찍다가 전화 안 되는 대의원들 물어 보다가 회의하고 퇴근했습니다.
나름 긴장하고 정신없이 지냈는데 생각보다 일할 수 있는 시간이 적은 것 같습니다.
그래도 편안하고 즐겁게 일하는 사업부 직원들과 격의없이 드나 드는 조합원들, 바로 아래층의 렛츠 식구들...
일단 괜찮고 즐거운 하루였습니다.
몇년 만에 해 보는 전화 연락도 신선했구요...
다음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