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월요일
안개가 짙게 낀 월요일 아침..
8시 15분...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어서 햇빛에게 부탁서 의원의 천 쌤 차를 함께 카풀해서 출근했습니다.
정장 차림의 햇빛과 처음 보는 천 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는 차를 타고 인사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민들레에 도착하니 8시 47분.
매주 월요일 8시 45분에는 직원 조회를 한다는 햇빛의 언질이 있던 터라 살짝 기대가 되었습니다.
치과 대기실에 직원들이 모였습니다.
저와 다른 견습생 한 분이 있어서 다들 소개를 하고, 이번 주의 일정을 썬그라스의 사나이 조병민 이사가 설명하고
나더니 갑자기 일어서서 손을 잡더군요. (왜 잡는지 설명없이 ㅠㅡㅠ) 잠시 잡고 있더니 손을 풀고 각자 일터로 향했습니다.
나중에 물어 보니 손을 잡고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뭔가를 나누라는 의미인데 대개는 서로 눈을 마주치지 못한다는 설명.. ㅎ
9시...
햇빛을 따라 주공3단지 상가 2층에 있는 심리상담센터에 잠시 놀러 갔습니다. 너무 늦지 말라는 혜란 쌤의 충고??를 뒤로 하고.
처음 가본 상담센터는 낡은 아파트 상가 2층... 이런 곳에 자발적으로 누가 상담하러 올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래도 안은 깨끗하고 안쪽에 상담실과 사무 공간이 따로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을 걸 그랬지요??
연두색 의자에 앉아 햇빛이 타 주는 커피를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것에 상당한 압박감을 느끼는 것 같은 햇빛..
저는 편하게 "공익적인 일인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라고 말했지만 제 입장이어도 고민이 될 것 같긴 합니다.
더구나 덩그라니 혼자 근무한다니....ㅠㅡㅠ
사실 우리나라에서 상담을 돈 내고, 더구나 적지 않은 돈을 내고 긴 시간 한다는 것은 아직 상식이 되어 있질 않습니다.
오죽하면 '화병'이라는 우리에게만 있는 증세가 있을까요?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고 같이 공감해 주고 지지하고 울어주는 풍토가 너무 아쉬운 이 나라에서 심리상담센터가 수익을 내기란 애초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도 꼭 필요한 일임에는 틀림없지요...
가슴과 마음과 몸이 병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주사 말고도 어루만지고 함께 하는 공간은 정말 중요한데, 음... 고민입니다.
10시... 대의원총회 점검
이종현 이사가 손수 커피를 갈아서 내려다 주시네요. 히히
직원들을 배려해서 취향에 맞게 다른 차들도 함께 갖다 줘서 잘 마셨습니다.
점검 회의하고 저는 역시 대의원 참석을 독려하는 일을 맡았습니다.
회의 하면서 이종현 이사는 손으로는 리플렛을 접으면서 귀로는 이야기를 듣고 가끔 의견도 내는 진정한 멀티플렉스의 면모를 보여 주었습니다. ㅎㅎ
당일 저녁과 뒷풀이에 관련한 자잘한 일들도 같이 해서 연잎밥과 두부 김치와 술 등에 대해 얘기하고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지난 주 점검 결과 참석 대의원이 60여명 정도여서 오늘 바짝 긴장해서 작업을 해야 합니다.
마침 렛츠에 들른 난나 이영임 조합원이 함께 전화 연락을 하게 되어서 훨씬 수월하게 연락을 했습니다.
나긋하고 친절한 목소리의 난나, 그래도 꼭 할 말은 하고 전화를 끊더군요. 저의 라이벌이라는 ㅠ ㅡ ㅠ
70여명의 참석을 목표로 이런 저런 멘트를 섞어서 하다가 다시 맞이한 점심 시간..
난나와 함께 점심을 먹었습니다.
바지락 미역국과 도토리묵 무침, 맛있는 김치 등을 놓고 또 두 그릇 먹었습니다. ㅎㅎ
아침 조회 덕에 낯익은 분들과 인사를 주고 받으며 밥 먹고 수다 떨고, 밥 먹고...
렛츠에 들러 커피 한 잔 얻어 마시려 했는데, 민들레 리플렛에 라벨로 수정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엄청난 렛츠 식구들이....ㅠㅡㅠ
점심시간 휴식 보장 어쩌구 떠들다가 결국 저도 라벨 작업을 같이 했습니다. 웃고 떠들면서...
정은 쌤이 라벨지 출력하고 칼로 자르면 가져다가 3층 렛츠 식구들에게 전달해서 같이 붙이고, 접고, 수다 떨고...
2시.. 민들레 사무실
오후에도 전화 작업과 라벨 작업과 궁금한 것 물어 보기 등을 하면서 보냈습니다.
70여분 정도가 참석을 하신다고 했는데 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공간에 대한 몇 가지 생각..
- 응접실은 꼭 문 앞에 있어야 할까???
: 들락날락 하는 출입문 앞에 응접실이 있으니 거기 앉아 있어도 편하게 대화 하기는 너무 부산한 느낌입니다.
어쩌면 한데같은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 자리 배치가 주는 그 어떤 불편함..
: 정규직으로 직장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는 제가 가장 불편한 것이 사무공간의 자리배치입니다.
대개는 직급에 따라 가장 안쪽에 사장이나 대표 외의 2인자 자리가 있고, 문 쪽을 향해 직급 순으로 배열되어 있습니다.
칸막이는 당연하고... 문에 가까이 있으면 심부름을 잘 할 수 있어서인가?
: 이사장실을 개방한 민들레의 정신... 그 평화롭고 평등한 진실은?
그런데 약간 이상한 이사장 의자가 뻥 뚫려 있는데 그 비밀은?
제가 이틀 동안 일한 곳은 이사장실입니다.
일단 그것은 매우 협동조합다운 발상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쩌면 공간의 효율적 배치에는 약간 어긋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면 연출을 위해서인가?
이사장실은 사실상 직원들의 회의 장소로 이용되는데 의문이 들었습니다.
: 이사장실은 꼭 필요한가? 정말 제일 안쪽에 있어야 할까?
오히려 출입문 앞에 이사장실, 전무이사 자리, 그 다음 순으로 배치를 하면 안될까?
실무 일을 제일 집중해서 많이 해야 하는 사람들은 직원들일테고, 그러면 안정적인 공간에서 업무를 집중해서 보는 게 효율적이지 않을까?
접대는 오히려 임원들의 몫이 아닐까.. 그럴려면 주방도 가깝고, 출입문도 가깝고, 바로 바로 응대할 수 있는 곳에 임원들의 자리가 있는 게 낫지 않을까? 조합원들이나 외부 손님 등을 접대해야 하는 임원들의 역할에 맡는 배치를 하자면 거꾸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아니면 늘 상근하지 않는 간부들을 위해 공간을 만드는 게 협동조합적인 발상일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저는 오히려 공간이 생기있고 조합원들이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게 꾸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과 역할에 맞는 공간의 배치.. 적당 기술이 아니라 적당 배치 같은 것은 없을까??
공간이 생각을 경직되게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역시 머리 속을 손 끝이 따라가지는 못하는 것 같네요.
설겆이 하면서는 멋진 글을 썼는데 막상 쓰고 보니 건조하기만 합니다.
그래도 천천히 나눠보겠습니다.
편안한 밤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