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심때 마신 커피 때문인지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저는 약간 촌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홍보위원회 워크샵은 어디로 가고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할것인지 막 상상도 하고 또 내일 민들레의료사협에서는 어떤 일들을 진행하면 좋을지 계획도 하면서 그렇게 슬며시 잠이 들었던거 같습니다.
아침 7시 30분에 눈이 떠졌습니다. 9시까지 출근이기 때문에 천천히 준비해도 시간은 충분했습니다. 숙소가 구해졌기 때문에 일정부분 짐들을 두고 올 수 있어 가방이 어제보다 한결 가벼웠습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택시를 타고 법동 민들레의료사협 본점으로 길을 나섰습니다.
9시 정각에 사무실에 도착해고, 원지윤 선생님을 비롯해서 몇몇의 실무자 분들이 일찍 출근해서 업무를 보고 계셨습니다. 오늘 2일차 일정은 법동 사업소 의사 선생님 및 간호사 선생님들과 인사를 하고 오후에는 철학연습 소모임에 참석하며, 조세종 이사장님과 의료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라는 주제로 간담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10시정도에 송직근 선생님과 한의원 · 검진센터를 함께 돌아다니며 사업소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눴습니다. 송직근 선생님께서 친절히 저를 소개해주셨고, 저 또한 잘 부탁드린다며 인사를 건넸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사업소에는 환자들이 많았습니다. 급히 인사를 마치고 서둘러 조합사무실로 이동했습니다. 사업소를 돌아다니면서 인상깊었던 점은 오늘 어린이집에서 검진을 왔고 사업소에 어린이들로 가득찼다는 점이었습니다. 둔산 사업소와는 사뭇 다른 풍경에 한 번 놀랐고, 병원 입장에서 비수기인 여름철에 환자들이 많았던것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오전에는 제 개인적인 업무를 진행했습니다. 연합회 뉴스레터를 최종적으로 수정해 발송했고, 그동안 소홀했던 페이스북과 블로그, 트위터 등 SNS도 열심히 했습니다. 송직근 선생님께서 전화 한 통을 받으시고는 조합원댁에 함께 가자고 제안하셨습니다. 때마침 일을 마쳤던 터라 길을 나섰습니다. 조합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조합원님 댁에 도착했고, 조합원님은 갖 담은 김치를 2개의 반찬통에 담아 두셨고 가져가서 조합식구들과 먹으라고 했습니다. 또 나준식 원장님께서 선풍기를 부탁하셨다고 선풍기 한대도 가져가라고 하셨습니다. 조합에 대한 조합원님의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이윽고 점심 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이동했습니다. 각 조합을 방문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점심식사였습니다. 큰 접시에 밥과 반찬을 담아 식탁으로 이동해 식사를 했습니다. 밥 먹는 부분은 비교적 조합별로 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식탁에 오손도손 모여 점심을 맛있게 먹었습니다. 치과 직원분들이 식당에서 식사를 하지 않은 관계로 반찬들이 많이 남았는데 이런 상황 또한 다른 회원조합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식수인원을 항상 고려해서 조리를 해야하는 조리장님의 고뇌 또한 엿볼 수 있었습니다.
점심식사를 마치고 약간의 휴식 시간을 갖은 뒤 철학연습 소모임에 참여했습니다. 강신주의 『철학이 필요한 시간』이라는 책을 발제하고 토론했습니다. 오늘은 저를 포함해 총 8명이 참여했습니다. 소모임에 참여한 면면이 화려했습니다. 약국을 운영하시는 조합원님과 한의원 서온철 원장님, 그리고 조세종 이사장님, 조합부 직원들이었습니다. 사실 점심시간에 소모임을 진행하기 만만치 않은데 민들레의료사협에서는 철학뿐 만 아니라 수학 등 공부 소모임들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민들레의료사협만의 독특한 소모임 운영방식이었습니다.
토론을 하면서 "죽음은 시대적 · 문화적 배경에 따라 다르게 해석된다"라는 부분과 "공감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면서 느껴지는 것이다" 라는 부분이 가장 인상깊었습니다. "철학"이라는 단어만 들으면 왠지 다가가기 어렵고, 따분하다고 생각되는데 일상의 경험과 자신의 생각 등을 풀어서 이야기하니 부담이 없었고, 재미있었습니다. 이 공부 소모임 왠지 멋졌습니다.
2시 10분부터 본격적으로 조세종 이사장님과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오전에 이사장님께서 의료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라는 딱딱한 주제보다 평소 궁금했던점들을 리스트로 작성해 질문하고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고, 저 또한 이사장님이 어떤 분인지, 어떤 철학과 신념을 갖고 이사장직을 수행하며, 어떤 비전으로 민들레의료사협을 이끌어갈지 등등에 대해서 궁금했는데 이러한 점들을 해소 할 수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조세종 이사장님은 절실한 천주교 신자로서 빈민운동, 환경운동, 평화운동 등 공동체에 관심이 많았고, 대전에서 직장을 다니면서 자연스레 의료협동조합의 활동가로 결합을 하셨다고 합니다. 한때 민들레의료사협이 재정적으로 압박을 많이 받았을 때 많이 어려웠다고 고백하셨고, 조직활성화를 당면 목표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또 민들레의료사협은 대전에서 사회적기업이자 협동조합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또 지역사회에서 신뢰도 높다고 하셨습니다. 그런 연유로 대전광역시청 및 구청 등 관과의 네트워크 및 협조도 잘되고 있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는 이사장으로서 직원들과의 수평적인 구조, 민주적인 의사결정 등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고, 협동조합 6원칙을 넘어 민들레의료사협 10원칙에 대해서 설명해주셨습니다. 특히 여기에는 노동자 주권이 언급되어 있는데 그만큼 민들레의료사협에 종사하고 있는 직원들이 직업의식과 소명의식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습니다.
그는 민들레의료사협의 이사장으로서 연합회가 교육 또는 협동조합과 관련된 정보들이 쉽고 빠르게 유통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해 주셨고, 지역에서 학업을 진행하고 있는 의대생들이 회원조합에 참여할 수 있게 연합회에서 교육도 진행하는 등 그런 구조를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연합회의 역할에 대해서 언급해주셨습니다.
약 1시간 30분동안 진행된 간담회는 저에게 있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사실 회원조합에서도 이사장님과 이렇게 대화를 나눌 기회도 시간도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데 저는 정말 집중해서 한 조합의 이사장님과 많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세종 이사장님의 아우라를 느낄 수 있었고, 본받을 점이 많았습니다.
이글을 쓰고 있는 지금 아직 퇴근시간까지는 1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아마 이 글을 마무리하면 민혜란 사무국장님께 내준 과제를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을것 같아 하루를 마감하기 전에 미리 후기를 적어놓습니다.
오늘 일정에서 가장 큰 수확이자 핵심은 조세종 이사장님과의 간담회였고, 사실 계획표를 보고 굉장히 부담스러웠지만 제가 감히 언제 한 조합의 이사장님을 상대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귀중한 시간을 내준 만큼 저 또한 열심히 준비했고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내일은 민들레의료사협 현장연수 마지막 날입니다. 어떻게 하면 민들레 조합원들이 증자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지 민혜란 사무국장님과 논의하고 토론할 예정인데 기획안을 잘 작성해야겠습니다. 오늘 후기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연합회 교육홍보 담당 박정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