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이 어렵다'
이런 이야기들을 듣을때마다 '왜?' 이런 의문이 올라온다.
우리가 협동하는 법을 모르는 것 같다 할때도 마찬가지다.
짐을 나르는데 '야 같이 좀 들자' 해서 같이 드는게 협동을 머리로 이해하고 협동하는 법을 알아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듯,
우리는 그렇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고 있고 또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존재인데.
결국, 협동이 어렵게 느껴진다는 건,
무엇을 하자는 것인지 무엇을 도와야 하는건지 내가 어떤 역할을 하면 되는지 이런 것들이 뚜렷이 드러나지 않는 상황일뿐이지 않을까
누굴 탓할 일은 아니다.
주민들이 협동해서 의료기관을 운영해보자고 했는데,그 목적을 세우고 시작을 함께했던 시절이 지나고, 조직도 커지고 복잡해지고 하는 일도 많아지면서 사업은 이사회가 전문운영자나 직원들을 중심으로 운영하게 되고, 나중에 참여하는 조합원들은 협동조합소비자가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건 좀 너무 과한 표현이긴 하지만 ㅎ)
'야 이것 좀 같이 들자'처럼 지향이든 가치든 목적이든 방법이든 구분할 이유도 없이 당장 몸을 날려 달려들게 할만한 것이 없구나 하는 자기반성이 있을 뿐.
그런데 우리가 정말 '야 이것 좀 같이 들자' 라고 할, 일이 없는건 아니지 ㅎ
조합원들은 직원들에게 맡겨놓고 말 일이 아니라, 어떻게든 목적한 바대로 운영이 잘 되도록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거들 일이 없나 묻고 함께 하면 되고, 직원들은 조합원들에게 상황을 수시로 알리고 의논하며 도움도 구하면서 해나가면 되는 일인 줄은 안다.
다만, 이제는 덩지가 커서 한덩어리로 다룰 수는 없는 것이고, 조합원들이 작은 일이라도 지금 내가 직접 할 몫이 뭔지 그것이 전체에 어떻게 기여하는 것인지 드러나는 일들이 자잘하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리라.
생각난 김에 늘 의문이던 또 한가지,
우리가 지향하는 바가 워낙 포괄적이다보니 이름도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되었는데,
조합원의료기관이라는 사업체를 운영하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면, 조합원들이 협동할 이유와 방법으로 새로운 사업체를 제시하는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야 이것 좀 같이 들자' 할 게 말이다.
의료취약계층을 돕는 기금을 조합원들이 조성하는 것을 일례로 논의한 바가 있었는데, 이건 사업체가 아니다. 굳이 복잡한 협동조합 이름으로 하지 않아도 될 일이고, 기금조성을 더 잘하는 단체와 협력하거나 도움을 받아도 될 일이다. 우리 조합원의 정체성에 그리 맞는 일 같지는 않다.
또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는 지역사회가 함께 만드는 요양시설설립. 이게 그나마 좀 더 걸맞는 예일거 같다.
조합원들에게 조합비를 내자고 할 기회를 마련한다는 입장에서도 새로운 범위의 조직과 사업체를 추진하는 과정이 적절할 거 같다.
총회를 앞둔 시절이라, 그냥 생각으로 그치지 않고 의견을 올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