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하기로 했다고 한다.
지난주 아버님댁에 갔다가 아버님이 그 이야기를 하시면서, '네가 일하는 곳은 다르지? 파업안하지?' 하시길래
그 후에 인터넷에서, 의사협회가 정부와 협상을 거치겠지만 3월3일에 진료거부를 결의했다고 하는 내용을 봤다.
2000년이던가 의약분업 문제로 의사들이 진료거부를 했던 시절 기억이 난다.
난 병무청의 징병전담의사였기에 직접 갈등을 겪진 않았지만, 그 시기를 거치면서 레츠에서 만난 이웃들과 의료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자라나서 민들레의료생협을 잉태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에는 안성, 인천, 안산 세군데 의료생협이 있었는데 진료거부에 참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 나도 위치가 바뀌었다.
원격의료도입과 의료법인의 자회사 허용을 반대하는 의사협회의 진료거부에 동참할 것인가.
물론 나는 개인이 아니기 때문에 우리 민들레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들이 결정하는 대로 따르면 그만이다.
하지만 조합원들은 나에게 묻는다.
우리 조합의 의사로서 당신의 생각은 어떠냐고.
많은 이야기들이 입속에서 맴돈다. 짧게 이야기하기도 어렵고 이야기한다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더 많을 거 같다.
누구나 그렇듯이 의사도 자기 일에서 보람을 느끼고 인정받으며 행복을 추구하고 사회에 기여하며 살고 싶어 한다.
나는 그런면에서는 아쉬움이 없다. 이렇게 사랑받으며 일하는 의사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의료가, 의사가 처한 현실이란 측면에서는 똑같이 안녕치 못한 것도 사실이다.
누굴 탓할까만은, 우리가 만들어낸 의료제도, 의료환경,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낸 관계들에서 의사는 한마디로 나쁜놈이기 때문이다.
원격의료도입, 의료법인자회사 반대를 계기로 의사들이 이러한 의료환경의 무엇을 바꾸어낼 수 있을까.
주민(환자)들의 신뢰와 지지를 얻지 않고서야.
나는 주민들의 진료받을 권리를 해치는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