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준비중인 아침 전화가 왔다
안**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따님의 연락이다
서둘러 나서서 댁으로 방문했다.
자식들이 자신의 집으로 모시고자 해도 마다하셨으니,
당신이 생활하던 집에서, 가족들과 마지막 만남을 하고 아직 따듯한 체온으로 편안하게 눈을 감으신 모습을 뵈었다.
가족들은 장례차를 부르고, 나는 병원으로 돌아와 사망진단서를 작성한다.
어제 댁으로 방문했을때만 해도
병원으로는 결코 안가시겠다는 의사를 다시한번 갈등하는 가족들에게 또렷이 전하셨다.
물도 거부하시고 그래도 가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으시곤 해서,
두려워하지 마시고 몸을 벗으시라 했더니 끄덕이시며 고맙다 하셨는데.
4년전 내시경검사후 진행성위암이란 진단을 전하게 되었을때,
지금부터 내 몸은 나원장에게 다 맡긴다 하셨다.
마지막까지 병원에 입원하지는 않으신다 하셨다.
수술이나 추가검사는 원하지 않는다 하셨다.
그래서 비타민치료를 시작했고 지난 4년동안,
최근까지도 먹는데 크게 어려움없이 비교적 건강하게 잘 지내셨다.
최근 일주일 전부터 급격히 기운을 잃으시더니 3일간은 힘들게 병원에 나오셨고, 마지막 3일 동안은 집에서 누워 식음을 폐하고
마침내 그렇게 몸을 벗으셨다.
조금은 힘들어하시던 모습이 있었지만 당신이 원하시던 바대로 가셨다.
모든 일이 마치 예정되어 있던 것처럼 흘러갔다.
지난 시간을 돌아보면서, 암을 만나서도 암에 끄달리지 않고 이만큼 가볍고 거추장스럽지 않고 단아하게 생을 마감할 수 있다는 것은
참 축복이다 싶다.
비타민 항암치료가 암을 완전히 치료하거나 막지 못하는 경우라도 삶의 기간 동안 건강하게 지내게 도와준 것도 있을테고,
본인의 의지가 분명하고 그것을 존중하고 지지하고 함께 해줄 가족과 자신을 의지하고 맡길 의사가 있다면., 가능한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