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상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실제로 갑상선암이 이토록 증가하지도 않았다. 다만 갑상선암으로 진단받고 치료받는 사람만 미친 듯이 늘었을 뿐이다. 바로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사 때문이다. 멀쩡하게 잘 살고 있는 사람에게 건강검진이라는 명목으로, 혹은 단순히 소화 불량,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에게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이들에게서 조그만 갑상선 결절이 발견되고 조직 검사를 하면 갑상선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이 따르게 된다.
만일 갑상선 초음파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이들의 99%는 갑상선에 조그만 결절이 있는지도 모르고 평생을 살았을 것이다. 이들 중 극히 일부는 5년이나 10년이나 혹은 20년 후에 목에 멍울이 만져져서 병원을 찾아서 갑상선암 진단을 받을 수도 있다. 그때 수술받아도 이들의 10년 생존율은 95%가 넘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는, 무엇보다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크다. 무려 10년 넘게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했음에도 불구, 걸린 사람의 책임이라는 듯이 아무런 대책 없이 수수방관하고 있다. 당장 국가적 조사팀을 마련하여 실태를 파악하여 원인을 찾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의료인의 책임도 크다. 조기 검진이라는 명목으로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건강검진 갑상선암 초음파 검사가 대학병원과 국립병원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의사들도 과연 20~30대 나이에 갑상선암을 진단하는 것이, 또 무작정 수술하는 것만이 환자를 위하여 올바른 일인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미디어의 책임도 있다. 건강검진과 조기 진단이 무슨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선전해대니, 20~30대 젊은이마저 200만~300만원짜리 건강검진을 받겠다고 검진센터를 찾는 상황이 전국의 건강검진 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제 갑상선암 문제는 의료계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을 넘어섰다. 건강검진 갑상선 초음파 검진은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 더 이상 편안히 살아가는 사람을 겁주고 위협하여 암 환자로 만드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법으로 중단시켜야 한다. 국회와 정부의 신속한 결단을 촉구한다.
신상원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