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새로 이사장을 맡은 조세종입니다.
함께 새로운 길, 새로운 역할을 맡는 모든 분들께 축복이 되라고
저는 재주가 모자라 쓰지 못하고, 대신 종환이 형(세례명 진길 아우구스티노)의 시를 옮겨 적습니다.
축 복
도종환
이른 봄에 내 곁에 와 피는
봄꽃만 축복이 아니다.
내게 오는 건 다 축복이었다.
고통도 아픔도 축복이었다.
뼈저리게 외롭고 가난하던 어린 날도
내 발을 붙들고 떨어지지 않던
스무 살 무렵의 진흙덩이 같던 절망도
생각해 보니 축복이었다.
그 절망 아니었으면 내 뼈가 튼튼하지 않았으리라.
세상이 내 멱살을 잡고 다리를 걸어
길바닥에 팽개치고 어둔 굴 속에 가둔 것도
생각해 보니 영혼의 담금질이었다.
한 시대가 다 참혹하였거늘
거인 같은, 바위 같은 편견과 어리석음과 탐욕의
방파제에 맞서다 목숨을 잃은 이가 헤아릴 수 없거늘
이렇게 작게라도 물결치며 살아 있는 게
복 아니고 무엇이랴.
육신에 병이 조금 들었다고 어이 불행이라 말하랴.
내게 오는 건 통증조차 축복이다.
죽음도 통곡도 축복으로 바꾸어 오지 않았는가.
이 봄 어이 매화꽃만 축복이랴.
내게 오는 건 시련도 비명도 다 축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