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일 동안 5개 나라를 다녔습니다.
네팔과 인도,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쳐 방콕에서 여행을 마치게 되었습니다.
주로 동남아를 다니다 보니 예상보다 많은 한국여행자들을 만났습니다. 좀 많다 싶을 정도로.
배낭 여행이 워낙 대중화되었고, 동남아가 상대적으로 물가가 싸서 이제 젊은이들은 정해진 코스처럼 여행을 다니고, 방학을 맞은 가족여행자들도 많았지요. 여행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한창 펄펄하던 청춘 때는 언제나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삶에 대해 동경하기도 했습니다.
그 때는 떠난다기 보다 무소유에 가까운, 시대의 소명 앞에서 개인의 삶을 우선시 하지 않겠다는 다소 거창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지만..ㅎㅎ
그 시절에 읽었던 백기완 선생님의 <자주 고름 입에 물고, 옥색 치마 휘날리며>에 나오는 장산곶매 이야기 - 사냥을 떠날 때는 돌아올 것을 생각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미로 늘 둥지를 부순다고 합니다.- 를 마음에 새기면서 비장해지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번 여행이 그런 식의 떠남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떠남을 최대한 즐기고 최선을 다하자고 했는데, 자꾸 뒤를 돌아 보거나 방관자가 된 듯한 행동을 보여서 개인으로서는 아쉬움이 많이 남긴 합니다. 무엇보다 생물학적인 나이를 체감했습니다. 헉헉... ㅠㅡㅠ
청소년들과 달리 저는 자꾸 사람들이 사는 모습, 주어진 삶 앞에서 인간과 집단이 혹은 제도가 취하게 되는 여러 다른 방식에 대해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여행이 로드스쿨과 동행한 것이어서 제가 생각하는 생생한 삶의 일면을 접하기란 매우 어려워서 아쉽기는 합니다만 여행자 거리 근처의 오래된 시장 골목이나 식당에서 만나는 현지인들의 미소에서도 느껴지는 무게가 있긴 했지요.
이번 여행에서 저의 개인적인 화두는 <평화로워지기>였습니다.
일상을 잠시 뒤로 하고 떠난 우리에게 여전히 어려움은 일상화된 자신이었지요. 그리고 그렇게 함께 어울려 지내면서 만나게 되는 또 다른 나에 대한 긴장과 미움과 연민과 공감 등의 다양한 감정, 그 감정의 들쭉날쭉함, 어루만지기와 뾰족하게 맞서기 등이 길 위에서 만나는 숙제였지요..
그 시간 동안 저에게 일어났던 여러 가지 감정의 변화들을 뭐라고 정리하긴 어렵지만 이제 돌아가 다시 일상에서 날서서 부딪히면서 하나씩 하나씩 꺼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평화'라는 것이 결코 갈등과 모순을 모른 체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평화로움을 가로막는 평화롭지 못한 것에 대해 유보없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여전합니다만, 여러 조건에서 좀 더 다양한 모습으로 맞서기를 해야 하는 것은 살면서 풀어야 할 끝나지 않을 숙제인 것 같습니다.
서로 다른 것,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사는 것, 울퉁불퉁하지만 서로 어울려 새로운 빛과 모양을 만들어 내는 것에 유난히 인색한, 그래서 늘 평균적이고 수치화된, 자본의 눈으로 덧칠해진 구조화된 삶에 쉽게 포섭되는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랑 함께 엮어낼 삶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 다음 세대에 속하는 아이들이 생각하고 사는 모습이 곧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조금은 보여 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입니다.
예정되어 있는 일들 생각에 엊그제부터 마음은 복잡하네요...ㅎㅎ
무엇보다 뜨뜻한 밥과 국을 먹고, 따땃한 방에서 한 숨 푸욱 잠을 청하고, 오랜 만에 만난 가족들을 꼬옥 안아 주고 툴툴 일어나서 뵙겠습니다.
참.. 그리고 제가 베트남 여행 중에 핸드폰을 잃어 버리는 바람에 급하게 연락은 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매우 급한 분들은 메일을 보내 주시거나 사무실로 연락 주세요... ㅎㅎ 070-8879-7946
걱정해 주신 모든 분들께 무사히 돌아가는 것으로 인사를 대신합니다.
방콕에서 올림... 두 손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