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춥다.
세남자가 나간후 고요한 아침시간이 난 참 좋다.
차한잔 옆에 두고 사람들을 만난다.
화산사는 몽키의 일상을 보다 필이 꽂혀 마당으로 나간다.
누군가는 열심히 따서 곳감을 만들고 항아리에 우려 홍시를 만들겠지만...
난 그저 바라만 본다.이쁘다.
작년여름 완도에 갔다가 제비꽃에게 손바닥만한 포트로 얻어와 심었는데
가을 해국과 털머위에 꽃이 피었다.
버려둔 텃밭을 둘러보니 호박도 달렸고김장때 쓸 생강,쪽파가 그런대로 잘 자라고 있다.
대파는 몇번이나 김을 맸는데
처서가 지나면 풀이 잡힌다더니 우리집은 어림없다.
풀밭인지 파밭인지 그래도 잘 자란다.
다 땅심이다.ㅎㅎ
어릴적 좋아했던 까마중도 여기저기 보인다.
요즘 아이들은 이런거 따먹을줄도 모른다.
물론 우리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나만 그시절로 잠시 돌아간다.
사령부 담장가로 산국이 피었다.
예전 추동살땐 산국차도 만들곤 했는데 이제 다 귀찮다.
살짝 증기에 쏘여 잘 말리면 차가 되는데(막걸리 김에 쏘이면 산국에 있는 독소도 빠진다)
거의 마를무렵 바람에 산국이 다 땅으로 쏟아졌을때 눈이 휙 뒤집혔었다.
그다음부터 다시는 안만든다.
내가 꽃차를 즐기지도 않는다는게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지만...
명랑해가 심어두고 간 김장무는 두번 솎아 국도 끓이고 명랑해랑 다들 가져가기도 했는데
한번에 다 뽑아내니 김치를 담을 만큼 나왔다.
무는 30여개 정도만 남겼다.
어차피 난 2-3개도 안먹는다.
장독대에서 소금까지 덜어내고 다듬고 씻다가...
그간 너무 비가 안와 그런지 억센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면서 다 삶아버렸다.
여기까지 일하다 말고 도서관에 가서 그리스인 조르바를 빌려왔다.
9명이 쓴 좌절*열공을 읽다가
'그래 너 잘났다 이거지.너 머리좋다 이거지.머리좋은걸로 나한테 얘길한다 이거지.
그러나 난 너의 말속에서 너의 심장과 너의 손발이 느껴지지 않아.
너의 체온과 떨림이 느껴지지 않아'----여기에 또 꽂쳐서...ㅎㅎ
여기저기 볼일보고 들어와(마을학교 웹자보 붙이기) 지인들과 차한잔 마시고 수다떨고
저녁에 시레기 삶은거에 청양고추,된장,표고버섯,멸치를 넣고 주물러 자작하게 끓였다.
역시 두놈은 본체만체 공룡과 나만 서너젓가락 먹었다.
씨앗 아줌마들 밥상에 올렸으면 저 한냄비 다 비웠을텐데...
삶아논거 다들 나눠줘야겠다.
피곤하다.
마흔넷 가을이 이렇게 간다. 까무륵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