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마을의 ‘작은나무 카페’. 오는 9일 문을 닫는다.ㆍ임대료 상승에 흔들리는 공동체서울 마포구 성산1동 지역의 도심 속 대표마을로 꼽히는 성미산마을 초입에는 ‘작은나무카페’가 있다. 2008년, 200여가구와 개인 조합원 70여명이 5만원에서 100만원씩 모아 만든 카페다.
주민이 주인이자 단골로, 8년간 마을의 사랑방이었던 이곳이 문을 닫게 생겼다. 지난해 건물을 사들인 새 주인이 계약 만료일인 오는 9일 이후 가게를 빼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마을운영위원회가 1년간 대안을 찾아 동분서주했지만 방법이 없다. 카페가 처음 생겼을 때 평당 2000만원을 밑돌았던 주변 상가 매매가는 3000만원에 육박한다. 건물을 사는 것은 언감생심이다. 임대료가 이미 골목 안쪽까지 올라 성산1동에 새 장소를 구하려면 1억5000만원이 더 필요하다. 매달 나오는 수입이 뻔한 작은나무카페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다.
서울에서 20여년간 터를 잡아온 성미산마을의 작은나무카페가 맞닥뜨린 현실은 건물 임대료가 어떤 식으로 마을을 위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성미산의 반찬가게인 ‘동네부엌’도 이미 카페가 있던 대로변을 떠나 골목 안으로 옮겼고, 중고가게인 ‘되살림가게’는 문을 닫았다. 마을의 음식점인 ‘성미산밥상’도 언제 자리를 빼야 할지 알 수 없다.
성미산의 반찬가게인 ‘동네부엌’. 임대료 때문에 골목 안으로 자리를 옮겼다.마을기업은 상업시설이기는 하지만 주민공동체 활동을 위한 공간을 만들려는 목적이 더 크고 수익이 생기면 마을 활동에 재투자한다. 생계를 위한 가게는 아니지만 반드시 일정 금액 이상은 벌어야 한다. 임대료 때문이다. 문제는 특정 장소에 사람들이 모이면 부동산 시장에 ‘상권이 뜨고 있다’는 신호로 전달되는 데 있다. 따라서 주민들이 마을가게에 자주 갈수록 임대료가 오를 가능성은 커진다. 수익 극대화에 방점을 두지 않는 마을기업은 대부분 가겟세 인상 압박을 견뎌내기 어렵다. 결국 원래 있던 자리의 가치만 높이고 쫓겨나는 모순이 생긴다.
성미산마을 주민 연두씨(44)는 “소유권만이 아니라 공간의 가치를 만든 것 등 일련의 행위도 권리로 인정돼야 한다”며 “건물 값만 올려주는 사태를 그냥 넘길 수 없다. 가치만 있고 생존은 불가능한 마을만들기 사업은 사기라는 말도 나온다”고 했다.
마을공동체의 공간은 공공영역에서 나서야만 해결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금융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저금리여도 수억원대 빚을 갚기 어려운 곳이 더 많아 자치단체나 정부가 지역 내 공간을 확보해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해주는 게 효율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주민들은 작은나무카페에서 예전처럼 전시를 열고 모임을 가지면서 건물주를 더 설득해볼 생각이다. 이 노력이 허사가 되면 카페는 포기할 수밖에 없다. 최수진 작은나무협동조합 대표는 “단순히 카페가 문을 닫는 게 아니라 주민들이 같이 만든 시간과 역사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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