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조합원과 문자로 간단한 상담을 했다.
마지막에, '의료생협이 있어서 든든'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주치의잖아요' 하고 답문을 보내면서,
많은 생각이 스쳐갔다.
어떤 식으로든 개인적인 관계로 의사와 좀 아는 사이라면 필요할때 문자하고 전화할 수 있지만,
단지 환자로만 만난 사람들이 의사에게 그렇게 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 의료생협의 조합원이라면 어떤가?
그 폭과 여유가 좀 넓고, 문턱이 좀 낮기는 하지만, 역시 스스럼 없이 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의료생협에서 '조합원의 주치의'라는 말이,
의료생협의 사업이나 활동, 의료기관, 의료인, 실무자와 조합원들의 관계가 건강이라는 관심사를 중심으로 만나는 하나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말이지만, 우리 머리속에는 여전히 개인에 대한 '대통령 주치의'쯤을 떠올리게 된다.
의료생협의 존재 자체가 주치의가 되고, 의료생협의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스스로 건강생활의 주치의가 되는 길임은 분명하지만, 좀 더 가까이 문턱없이 상의할 수 있는 의료인-조합원 관계를 만드는 일은 의료기관의 운영과 이용만으로 채울 수 없는 가치를 지니는 일이다.
진료하기만도 쫓기는 하루하루지만,
영국의 인두제처럼 조합원마다 담당의료인을 선택 배정해서 일상적인 건강상담등을 하는 건 어떨까? 그 선택과 이용에 조합비제도를 연동시키고..
쉽게 의료기관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야 필요성이 적을테고,
의료기관을 이용할 일이 없다든지, 여건이 어려운 조합원들에게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도 되지 않을까.
그래야 진짜 생활처방도 가능해진다.
말이 나온 김에,
생활처방에 대한 이야기도 해야겠다.
엊그제 한 조합원이 생활처방이 어떤식인지 궁금하다고 진료실로 찾아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약처방전을 대신하는 것만이 생활처방은 아니다.
의사가 알려주고 교육하는 것만이 생활처방은 아니다.
어차피 의료법에 따른 영역이 아닌데, 진료실에서 의사만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의사가 더 잘 아는 것만도 아니다.
스스로가 자기 삶의, 자기 건강의 주체임을 자각하게 하는 우리 각자의 모든 활동이 생활처방인 것이다.
생활처방은 곧 의료생협 조합원의 모습이다.
서로 배우고 나누고 협동해서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 그게 생활처방의 목표니까.
얘기가 엉뚱하게 흘렀는데,
암튼, 둔산민들레에 진료하러 와서 좀 여유가 있다보니 이렇게 글도 다 쓴다.
의사 1인당 300명쯤? 월1만원씩 조합비 받고 정기적인 Happy-Call 아니 Health-Call 하자고 하면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