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다양한 의사들의 생각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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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나준식(knajs) | 작성일 | 2014-03-13 | 조회수 | 11005 | ||
허대석 교수 (heo1013@snu.ac.kr)
정부와 의사단체의 약속으로, 2001년 초진료를 의원급기준 12,530원으로 인상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2002년 4월부터 2003년12월31일 사이 수차례에 걸친 정부의 일방적 결정으로 9,950원으로 인하하여, 2000년 정부와의 협상에서 어렵게 확보했던 의사기술료의 대부분이 불과 2년 사이 증발해 버렸다. 이와 유사한 상황은 2012년 7월15일부터 CT, MRI, PET검사 수가를 각각 15.5-24% 인하한 사례에서도 볼 수 있다. 명확한 근거도 없이 공공요금의 하나인 의료수가를 대폭 인하하여 병원들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고, 여러 가지 비상경영조치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 그 답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건정심)'라는 의료정책을 의결하는 의사결정구조에 있다. 2000년1월 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심의조정위원회로 출발한 이 조직은 처음에는 명칭대로 심의기능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재정적자를 해소한다는 취지로 공포된 국민건강보험재정건전화 특별법이 2002년1월 시행되면서 의결기능까지 가지게 되었다. 건강보험의 중요한 결정은 모두 건정심의 의결을 받도록 건강보험법에 명시되어 있다.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필수의료수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으나, 근거가 부족하여 다른 나라에서는 급여를 인정해주지 않는 다국적기업의 고가약에 대해 수백억원을 투입하여 급여하라고 수시로 결의하고 있는 곳도 건정심이다. 그렇다면 건정심에서 이렇게 중요한 결정을 하는 위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건정심 위원은 공급자 대표, 가입자대표, 공익위원 각 8명씩 24명과 위원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급자 대표는 의사협회 2명, 병원협회, 치과의사협회, 한의사협회, 간호협회, 약사회, 제약협회 각 1명으로 구성된다. 가입자대표 및 공익위원으로는 근로자단체 2명,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바른사회시민회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가 각 1명이고, 나머지는 공무원과 공무원이 추천한 사람들이다. 건정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요양급여의 기준을 결정할 수 있는 의학적 전문성을 가진 사람은 총 25명의 위원 중 의사협회에서 추천한 2인밖에 없다. 보건복지부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공무원, 공무원이 추천한 위원, 정부의 통제나 보조금을 받는 단체대표들로 대부분의 위원이 구성되어 있어,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쉽게 알 수 있다. 독일의 건정심에 해당하는 '의사질병금고연방위원회'의 구성은 의사대표 9명, 가입자대표 9명, 중립위원 3인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중립위원은 공정한 판단을 위해 양쪽에서 다 찬성하는 사람으로 구성된다. 일본의 건정심인 '중앙사회보험의료협의회'의 구성도 진료측 대표 8명, 피보험자 및 보험자대표 8명, 공익단체 4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의료의 공공성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영국조차도 요양급여의 기준을 정하는 NICE (National Institute for Health & Care Excellence)의 의결기구 구성원 16명중 8명을 의사 출신으로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매년 50조원 이상의 의료자원분배의 원칙을 결정하는 우리나라의 건정심에는 전문성도 투명성도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복지 정책은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정부와 보험료를 납부하는 가입자인 국민, 그리고 공급자인 의료인의 세 구성원이 모두 합의 할 수 있는 정책이어야 한다. 건강보험의 불합리하고 방만한 운영과 소비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인한 낭비는 덮어두고, 의료인만 쥐어짜는 정치적인 정책 결정에 최적화된 '건정심' 즉 의사결정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는다면 정부와 의사단체간의 어떠한 합의도 의미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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