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의사협회가 파업을 결정했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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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나준식(knajs) | 작성일 | 2014-03-03 | 조회수 | 11550 |
의료영리화와 원격진료 때문에 촉발되어 시작하게된 파업인데,
평소 의사들이 느끼는 불만과 문제의식들인, 건강보험제도의 문제점이나 적정의료수가 등의 문제를 거론하고 있다고, 또 협상결과를 공표하고 뒤집었다고 국민들로부터 별로 지지를 받지는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게다가 박근혜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은 대부분 이 정권을 지지해준 의사들인데도 불구하고 정부를 곤란하게 하는 파업에 반대일테지요.
어쨌든 의료영리화와 원격의료에 대한 문제를 잘 모르고 무관심하던 국민들에게 이슈 자체는 관심을 받을 수 있는 기회지요. 하지만 정부와 언론이 주도해서 '이기적인 집단 의사들'을 국민과 대립시키면서 의료영리화와 원격의료를 합리화 시켜갈 가능성이 더 크겠지요.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아래 관련 기사들은 그나마 의사들 입장을 조금이라도 제대로 대변하고 있는 듯해서...
[편집국에서] 진짜 의료대란 징후 못보는 청맹과니 정부[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전회원 투표를 거쳐 총파업을 결의했다. 총파업 찬투표에 현직 의사 9만0,710명 중 절반이 넘는 4만8,861명이 참여했다. 투표 참가자 중에서 76.69%인 3만7,427명이 파업에 찬성표를 던졌다. 총파업이 가결됨에 따라 의협은 예고한 대로 오는 10일을 기점으로 총파업에 돌입하게 된다. 총파업에 따라 의료기관의 집단 휴진이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의협이 총파업을 결의해도 실제 참여율이 낮아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에 차질을 빚는 '의료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맞는 말이다. 의사 파업에 따른 집단 휴진이 현실로 다가오더라도 그로 인한 의료대란은 없을 거다. 그보다 이미 국내 의료시스템 곳곳에 의료대란에 버금가는 위기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의료대란의 위기 징후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지만 눈치채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다. 몇 가지만 짚어보자. 낮은 분만수가와 의료분쟁에 따른 부담 때문에 분만을 포기하는 산부인과 병의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분만을 받은 실적이 있는 산부인과 병의원 수는 2004년 1,311개소에서 2010년에는 808개소로 줄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방은 물론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도 임신부가 출산을 위해 큰 도시 병원을 찾아가는 '출산 난민'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모성사망비가 높아지는 있다는 것은 심각한 위기 징후다. 지역의 응급의료 상황은 열악하다 못해 붕괴 직전이다. 군단위 지역에 응급의료기관은 이름만 내걸었을 뿐 제대로 된 시설이나 인력도 갖추지 못해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경우 제기능을 수행하기 힘든 곳이 많다. 응급실을 폐쇄하는 지방병원이 적지 않다. 응급실을 운영할수록 적자가 쌓여 인건비와 시설 유지비 등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올해취약지역 응급의료기관 육성 예산을 삭감, 35개 군 지역에서 응급의료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방에선 공공병원이 강제로 폐업하고, 또 민간에 매각될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경남도가 지역거점 공공병원인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업하더니 강원도에서도 경영이 어려운 지방의료원을 민간에 매각하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전체 의료기관 중에서 공공병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5~6%에 불과한데 그마저 없애지 못해 안달이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여전히 낮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09년 65%에서 2010년 63.6%, 2011년 63%, 2012년 62.5%로 최근 3년간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보장성은 떨어지는데 건강보험 재정 흑자는 쌓여간다. 건강보험 재정은 2011년 흑자를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흑자 기조다. 작년에는 3조6446억원이란 최대 흑자를 기록했다. 누적 흑자가 11조를 넘어섰다고 한다. 건강보험 가입자들의 의료기관 이용은 감소 추세다. 경기 침체의 장기화로 가계소득이 줄자 가장 먼저 의료비 지출 부담부터 줄이기 시작한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13년도 진료비통계지표’를 보면 건강보험 가입자 1인당 의료기관 이용일수 주에서 외래 방문일수가 전년도 대비 0.1일 감소했다. '전국민 건강보험시대'라고 하지만 보험료 장기체납으로 급여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인 급여제한자도 의외로 많다. 건강보험 혜택이 정지되는 6개월 이상 장기체납 세대가 150만 세대를 넘는다. 소득 수준별로 경제적 이유로 인한 병의원 미치료율이 하위계층과 상위계층간 4배 이상 차이가 난다. 불어나는 건강보험 재정 흑자의 비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국민들의 의료서비스 이용 감소에 따른 보험료 지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의료기관들도 경영난이 심각하다. 심평원의 '전국 의원급 의료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의원급 의료기관의 폐업 건수는 매년 1,500~1,600여 곳에 달했다. 2012년 기준으로 30대와 40대가 원장인 동네의원의 폐업건수는 각각 256곳(15.8%), 604곳(37.2%)에 달할 정도였다. 이는 신규로 개원 시장에 뛰어든 동네의원이 더는 생존하기 힘든 의료환경이란 것을 의미한다. 잘 나가던 대형병원들도 힘들다며 토요일 진료에 나서고, 의사들의 인건비를 깍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원격진료를 활성화하고, 의료법인의 영리자법인 허용과 부대사업 범위 확대, 의료관광산업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밀어붙인다. 이같은 규제완화 정책을 하면 의료서비스 질이 높아지고 새로운 일자리도 창출된다는 식으로 근거도 없이 막연한 정책효과를 내세운다. 의료계는 반발한다. 정부가 하려는 것은 의료영리화 정책에 불과하다고. 의료기관이 부대사업으로 경영적자를 보전하는 돈벌이 의료정책 말고 환자에게 적정 진료를 제공하고 적정 수가를 받아서 병원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며 맞서고 있다. 이걸 또 정부와 일부 언론에서는 '의료계가 수가 인상을 요구하며 떼를 쓴다'는 식으로 몰아간다. 돈벌이 의료영리화 정책이 붕괴되고 있는 돈 안되는 필수의료 시스템을 복원할리 없고, 공공의료를 강화할 리 없고, 의료취약계층의 건강권을 보장할 리 더욱 없다.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하는 의협의 집단휴진은 불법적인 행위로서,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응할 것"이라고 짐짓 으름장을 놓는다. 이제는 분명히 가려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볼모로 위험한 일을 벌이는게 누구인지. 정부인가, 의료계인가.
의사 파업을 어떻게 볼 것인가
우선 모든 파업은 일단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명토 박아 두자. 노동자들의 단체 행동을 맹목적으로 비난하는 것으로야 어디 이 땅만 한 데가 또 있을까. 하지만 노동자의 단체 행동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것.
대한의사협회가 3월 10일 총파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달 21일부터 찬반 투표를 한 끝에 2000년 이후 14년 만에 집단행동을 하기로 한 것이다. 4만8000명이 넘는 의사가 투표에 참가했고 그 중 79퍼센트 이상이 파업에 찬성했다고 한다.
의사들이 진료를 중단하는 것을 두고, 파업이니 아니니, 또는 불법이니 합법이니 하는 말싸움은 부질없다. 행정적으로는 어떨지 몰라도 정치적, 사회적으로는 파업이라 불러야 마땅하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의사들도(다른 모든 노동자들과 마찬가지로) 파업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설사 파업의 명분이 수가 인상과 같이 '밥그릇'을 챙기는 것이라도 다를 것이 없다.
따지고 보면 어떤 파업이, 노동자들의 어떤 단체 행동이 밥그릇과 무관한가(이해관계가 없는 공공 또는 사회적 요구를 내걸면 '정치 파업'이라고 비난을 받는 지독한 이중성!). 전적으로 스스로의 이해관계에 충실한 것이라 해도 그렇다. 파업은 오랜 투쟁 끝에 인류가 성취한 근대적 인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그렇지만 모든 파업은 역사적, 사회적 평가에서 면제될 수 없다. 현실의 성공과 실패에 무관하게 모든 당사자가 감수해야 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 사회가 2000년 의사 파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생각해 보는 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의사 파업은 드문 일이 아니다. 물론, 나라마다 의사의 형편이 다르고 정책과 체계가 다양한 만큼, 파업의 이유와 경과도 각양각색이다. 평면적 다양성보다는 역사적, 사회적 평가가 크게 다르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비교적 최근에 있었던 의사 파업 가운데 세계적 관심을 끌었던 것이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역 의사들의 파업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의사들만의 파업이라기보다는 의료인과 지역 사회 주민들의 민영화 반대 운동이었다.
남유럽 경제 위기에서 촉발된 스페인 정부의 긴축 정책, 그리고 이에 따른 병원과 의료 기관의 민영화 시도가 시발점이었다. 2012년 10월부터 시작된 운동은 파업, 연좌농성, 항의 방문, 피켓팅, 세미나 등 모든 방법을 동원했다. (☞관련 자료)
이들의 민영화 반대는 의료인의 흰색 가운에 빗대어 '하얀 물결'로 불렸는데, 15개월 동안의 장기 투쟁 끝에 지난 1월 27일 결국 승리를 거두었다. 6개 병원, 4개 전문 치료 센터, 27개 지역 병원의 민영화 추진이 중지된 것이다. (☞관련 기사)
여러 나라의 의사 파업이 다 이런 것은 아니다. 사회적 이슈보다는 자신이 이해관계 때문에 파업하는 것이 더 흔하다. 대표적으로 캐나다 새스캐치원 주 의사들의 파업과 이스라엘의 파업이 이런 예에 속한다.
캐나다 새스캐치원 주의 의사들은 1962년 주정부의 의료 보험 도입에 반대하여 23일 동안 파업을 벌였다. 당시 의료 보험 시행을 주도한 주지사가 그 유명한 토미 더글러스였다(<또 다른 사회는 가능하다>(데이브 마고쉬 지음, 김주연 옮김, 낮은산 펴냄)). 의사들은 '사회주의' 의료를 반대한다고 하면서, 제도가 시행되면 주를 떠나겠다고 위협했다.
정부는 다른 나라에서 의사를 불러오는 등의 조치로 대응했다. 결국 의사들이 의료 보험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하고 진료 보수를 올리는 등 몇 가지 조건에 합의하면서 파업은 끝났다. 크게 봐서 이 파업은 '실패'했고, 의사들이 반대했던 의료 보험은 새스캐치원 주는 물론 캐나다 전역으로 확대되었다.
한편, 이스라엘 의사들의 파업도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파업의 이유는 주로 공공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들의 임금과 근로 조건이다. 2000년에는 127일 동안이나 진료를 하지 않았고, 2011년에도 158일 동안이나 파업을 지속했다.
진료 수가나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의사 파업이야 새로울 것이 없다. 이스라엘 말고도 많은 나라들의 의사가 비슷한 이유로 파업에 나선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이스라엘 의사들의 파업은 길고 지루한 파업과 협상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스페인, 캐나다, 이스라엘 의사들이 파업을 한 이유와 경과는 조금씩 다르다. 다만 한 가지, 상식이나 선입견과 달리 임금이나 소득, 노동 조건만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반민영화 파업이 바로 그런 예다.
다시 우리 상황으로 돌아오자. 한국 의사들은 '의료 영리화'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이번 파업의 공식 이유로 내세웠다. 그동안 의사들이 정부에 항의하거나 요구한 것과는 상당히 다르다. 의약 분업도 겉으로는 정책 반대였으나 따지고 보면 경제적 이유와 무관하지 않았다. 굳이 표현하면 이번 파업은 일종의 '정치 파업'으로 불러도 좋을 것이다.
의사들은 원격 의료와 병원의 영리 자법인 설립 허용 등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을 반대하다고 주장한다. 직접적으로는 원격 의료가 의원 운영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걱정이 컸던 것 같고, 여기에 영리 자법인과 같은 정책이 기름을 부은 꼴이 되었다.
물론 속사정은 뒤섞여 있다. 수가를 비롯한 경제적 이유는 물론이고 여러 불만이 합해져 양상이 복잡하다. 게다가 '전선'은 갈수록 넓어진다. 국민건강보험과 의료 제도 전반으로 비판과 항의 대상이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고 이런 파업의 이유를 시빗거리로 삼기는 어렵다. 거듭 말하지만, 설사 그것이 진료 수가 등 경제적인 것이라도 충분히 파업의 이유가 될 수 있다. 더구나 원격 의료와 영리화, 또는 국민건강보험 제도 같이 의료에 종사하는 당사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것이야.
이처럼 의사들이 파업을 하겠다는 이유나 동기는 그 자체로는('내적' 논리로는) 부당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심정적으로는 몰라도 '민주공화국'의 구성원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고려 사항이 더 있기 때문이다.
'외적'으로는 어떤 파업도 윤리적 정당성의 물음을 피하기 어렵다. 모든 이익과 요구를 옳다고 할 수 없으며, 그것은 공공성과 민주주의의 잣대로 가늠되어야 한다. 아울러 권력과 그 분포의 문제와 무관하지 않다.
스페인 의료인의 파업은 이런 점에서 당장의 교훈으로 삼을 만하다. 대립과 요구라는 점에서 의료인과 환자, 주민이 크게 나누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물론, 여기에는 민영화 반대를 중심으로 이해관계가 분리되지 않았던 것이 크게 작용했다.
공공 병원에서 일하던 의료인들에게는 일자리라는 현실 문제가 걸려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그것을 넘어섰다. 민영화가 단지 의료인의 실직 문제를 넘어 주민의 삶에 직접 나쁜 영향을 미치는 일이라는 것을 설득한 것이다. 시민들이 동의했음은 물론이다.
2013년 5월 13일에 벌어진 주민 투표는 이들의 '연대'를 잘 보여 준다. 100개가 넘는 지역 조직과 민영화 반대 운동 단체들이 의료인들과 함께 정부의 민영화 계획에 대한 주민 투표를 조직한 것이다. 100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했고, 94%의 투표자가 반대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일단 하루 동안의 '집단 휴진'을 결의했다. 얼마나 강한 파업이 조직될 수 있을지는 잘 알 수 없다. 정책을 반대하는 것이어서 결속의 정도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우선, 크든 작든 환자들의 불편이 있을 수밖에 없으니 파업이 오래 가지 않기를 바란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대로 일이 수습되기를 기대한다. 그것은 지금이라도 정부가 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여러 차례 말한 대로, 의료의 영리를 강화하는 정책은 부적절하고 부도덕하다.
현재로서는 정부가 당장 방향을 바꿀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더라도 의사들이 파업이나 집단 휴진을 오래 지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무엇보다 환자의 불편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명분과 목표를 포기하란 뜻은 아니다. 다만, 당장의 정책 변화를 성패의 기준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 스페인의 예에서 보듯, 정책 운동일수록 간단하지 않고 오래 걸린다. 무엇보다 전체 사회와 사람들 속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시민과 대중을 친구로 삼을 것을 당부한다. 지금 내건 목표가 정말 진정성을 담은 것이라면, 이들과 같이 해야 이길 수 있다. 시민을 '우군'으로 삼아 다양한 노력을 해야 작은 성과라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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