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인가와 관련한 협동의 조건
조세종
철학박사
충남대학교 외래교수
대전민들레의료생협 이사장
대전에 있는 민들레의료생협은 작년 사회적기업의 날을 맞이하여 우수 사회적기업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할 정도로 지역사회에서 모범으로 평가받는 사회적기업이다. 민들레의료생협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라 주민들이 출자해서 주민들이 스스로 경영하는 협동조합으로 운영하는 병원으로 진료과목은 의원, 한의원, 치과를 갖추고 있다.
주지하는 대로 작년 협동조합기본법이 통과되면서 일반 협동조합과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분리되어 새로 협동조합을 설립할 수 있게 되었다. 10년 넘게 역사를 간직해온 민들레의료생협은 의료라는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분류될 수 있다. 따라서 기존 의료소비자생활협동조합에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여 보건복지부의 인가를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이러한 전환과정은 민들레의료생협 뿐만 아니라 20여 주민참여의료생협이 모인 의료생협연합회 산하 대다수의 의료생협이 인가를 마쳤거나 인가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연 인가를 담당하는 정부부처가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나 지원의지가 있는지 심히 의심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들레의료생협의 경우, 지난 2월 22일 정기총회를 하면서 11월 중순이 다 되는 오늘의 시점까지 보건복지부는 인가를 반려하거나 연장하고 있다. 의료생협 제도를 악용하여 사무장병원에 해당하는 사이비 의료생협이 우후죽순처럼 많아진 현재의 상황에서 보건당국이 관리감독을 강화하여 사이비 의료생협을 척결하는 일환으로 인가사항을 철저하게 검토한다면 충분히 납득할 일이다. 그러나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다는 속담처럼 아예 주민들이 실제로 주인으로 운영하는 주민참여 의료생협 또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하지 못하게 발을 묶어 둔다면, 정부의 협동조합에 대한 인식과 신뢰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주민참여 의료생협은, 조합원은 물론 지역의 건강한 삶을 책임지겠다는 사명으로 20년 전부터 하나 둘 지역에서 시작되었고, 이제 그 실질적인 내용에 맞게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옷을 갈아입는 것일 뿐이다.
일반협동조합과는 달리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의 인가부처는 보건복지부이다. 문제의 요지는 보건복지부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의 명칭, 사업종류, 사업구역까지 제약하고 있다는 점이다. 개별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총의를 모아, 기획재정부가 만든 표준정관례에 따라 정관을 제정하면 되는 것이다. 정부 인가부처는 정관이 협동조합의 실제와 합당한지 그 여부를 판단하여 인가를 내면 되는 것이고, 관리감독부서는 협동조합의 운영이 그 정관에 따라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철저히 관리감독하여 정관에 따르지 않는 경우 제재를 하면 되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은 협동조합에서 조합원의 총의보다 더 우선되는 것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병원을 하는 사회적 협동조합이라는 이유로 명칭을 반드시 ‘의료복지’를 넣어야 한다는 것도, 사업 종류를 반드시 병원사업이 아닌 보건과 관련된 여타의 복지사업이나 조합원의 자조사업을 포함하는 것도 조합원의 총의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 그것이 인가부서의 반려사유에 해당된다거나 또는 사업구역에 대해 당국이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내리는 것은 모두 다 협동조합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고, 협동조합 기본법의 테두리를 넘어 지나친 월권을 인가부서에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 협동조합을 정부의 입맛에 길들이기 위하여 인가권을 남용한다는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인가와 관련하여 빗어진 일들이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의 부족이라면 협동과 신뢰를 이끌어 내야하는 당사자들은 서로를 잘 알고 이해하는 것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의료복지 사회적 협동조합이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보건예방 및 질 높은 건강한 삶의 버팀목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보건당국의 협동조합에 대한 이해와 인식 그리고 자율성을 존중하는 배려와 협력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