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들 하십니까>
요즘 대학생들, 아니 전국민 사이에서 안녕하십니까를 묻고 답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큰 화두가 되었습니다. 건강을 얘기하기도 전에 안녕을 물어야하는 요즘이지만, 조심스럽게 한발 더 나아가 여쭙습니다. 건강들하십니까?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한 개인이, 혹은 그 가족이 건강을 전적으로 책임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사람들이 모여서 마을을 만들고, 마을이 모여서 국가가 세워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국가는 국민의 건강을 지킬 책임이 있습니다.
'원격의료',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인수합병 허용'. 며칠 전 우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진다는 보건복지부에서 내놓은 이야기입니다. 섬이나 산골마을, 장애인들을 위한다는 원격의료는 알고보니 원격의료에 사용되는 단말기 시장을 노리는 대기업이 뒤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동네 병의원을 살린다는 취지의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과 인수합병 허용 역시, 대기업 소유의 초대형 병원이 마음놓고 환자로부터 이윤을 뽑아 낼 수 있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정책이었습니다. 투자를 해서 이윤을 남기는 자본이라는 블랙홀에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건강이 끌려들어가고 있습니다. 몇 년 전 대기업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의료를 지목했을 때, 그래도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자본에 내다 파는 일은 없겠지라고 믿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는 지금까지 국민들의 건강을 성글게나마 지켜주고 있습니다. 정부가 추진중인 의료민영화는 결국 영리병원의 확대로 이어지고, 이것은 건강보험제도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대형마트가 골목 상권을 파괴시키듯 의료민영화의 진행은 우리 삶의 모습을 크게 바꿀 것입니다. 항상 웃는 얼굴로 맞아 주던 골목 안 약사 선생님도, 무뚝뚝하지만 우리 가족의 건강을 다 챙겨주던 동네 의사 선생님도 이제 더 이상 볼 수 없을 지 모릅니다. 정부가 말하는 '양질의 의료'를 누릴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퍼센트나 될까요? 나와 내 가족이 그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면, 우리는 이제 어떻게 될까요?
그래서 묻고싶었습니다. 점점 더 추워지는 날씨에 따뜻한 몸 뉘일 곳 없는 사람들도,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도, 매일을 길거리에 나가 서계시는 분들도, 어쩌면 이 흐름에 아직도 무관하게 자본주의 사회 굴레에 아등바등 버티고 계시는 분들까지, 모두. 건강들하십니까?
2013. 12. 20.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